가장 빠른 스포크를 향해-4

10. H사 방식 카본 스포크 vs. CX-ray

3편의 후반에 등장했던 H사의 카본 스포크*를 다시 살펴보자. 3편에서도 살펴봤듯 스포크를 잡기 위한 사각형 니플형태의 홀더가 스포크 끝단에 위치해 있으며, 제작 공정상 이 홀더와 에어로 블레이드 사이에 약 22 mm 길이의 둥근(에어로하지 않은) 단면의 카본이 필수적이며, 이 두 요소는 공기저항을 발생시킨다. 

*원래는 H사가 만들어 여러 큰 휠 업체에서 사용했으나 현재는 F사 등 몇몇 다른 회사에서도 거의 같은 구조의 제품을 제작하고 있다. 

H사 카본 스포크 단면. 오른쪽의 2.2 mm 지름의 카본 부분과 그 이후의 한 변이 3.4 mm인 홀더 섹션은 공기저항을 발생시키는 요소이다.


그렇다면 이 스포크는 CX-ray와 비교했을 때 공기저항이 어떨까? 이 카본 스포크로 휠셋에서 약 60 g을 줄일 수 있는데  공기저항에서 손해를 보지는 않을까? 지난 2~3편에서 사용했던 방법을 이용해 위 H사 카본 스포크와 CX-ray+익스터널 니플 조합을 비교**한 결과, 전자가 시속 45 km에서 1.96 W 더 큰 공기저항을 발생시키는 것으로 추정된다.

**엄밀하게 따지자면 카본의 표면에 존재하는 약 7 um(마이크로미터) 지름의 탄소섬유가 공기의 흐름에 미치는 영향(주로 난류생성)을 고려해야 하지만 여기서는 순수하게 큰 형상에 의한 효과만 살펴보자. 


이 정도의 차이는 시속 30 km에서도 0.58 W(1.96 W에 속도비율(30/45)의 세제곱을 곱함)에 해당하며, 업힐을 체중대비파워 4 W/kg으로 올라가는 경우 스포크 무게감량으로 인한 이득인 0.24 W(1 kg당 4 W이므로 60 g은 4 W*60 g/1000 g=0.24 W)보다도 크다. 해당 카본스포크가 가볍기는 하지만 여전히 공기저항으로 인해 업힐에서도 시속 30 km정도로 주행한다면 미세하게 손해라는 뜻이다. 물론, 업힐이 나오기 전까지의 평지에서는 그 차이가 더 크고, CX-ray와 히든니플을 사용했다면 그 차이는 더욱 크다.


11. H사 방식 신형 카본 스포크 vs. CX-ray

최근 케이덱스와 CRW 등의 휠에 사용되는 더 넙적한 블레이드를 가진 카본스포크를 살펴보자. 3.2x1.45 mm가 아닌 5.2x0.8 mm의 더욱 얇고 에어로한 블레이드를 가지고 있지만 스포크 끝단의 2.2 mm 지름인 카본 부분은 좀더 길고, 사각형 스포크 홀더도 존재한다. 계산 결과 여전히 CX-ray+익스터널 니플 조합보다는 시속 45 km에서 공기저항이 0.45 W 더 크다.

H사의 기존 스포크 단면(왼쪽)과 신형 스포크 단면(오른쪽)

CRW(Craft racing wheels)의 휠. 블레이드는 더 에어로해졌지만 림 근처의 논에어로한 부분은 약 30 mm로 기존에 비해 더 길어졌다.

(출처: https://www.pandapodium.cc/2023/04/30/news-craft-racing-works-launch-ludicrously-light-wheelset/)


이는 시속 30 km인 업힐에서 공기저항이 약 0.13 W 더 크다는 뜻이고, 스포크에서 60 g의 무게감량로 인한 이득은 4 W/kg 기준 0.24 W이므로 카본스포크가 미세하게(0.11 W) 빠르다는 뜻이다. 경사가 더 급한 업힐일수록 경량화로 인한 차이는 커지지만 라이더가 발휘하는 체중대비 파워가 높아지지 않는 이상 그 차이는 최대 0.24 W이다(속도가 너무 느려 공기저항으로 인한 차이가 없는 경우).


이번에는 CX-ray에 익스터널 니플이 아닌 히든니플을 사용한 경우와 비교해보자. 신형 카본스포크는 CX-ray+히든니플 조합에 비해 시속 45 km에서 약 2.95 W 느리며, 시속 30 km인 업힐에서는 0.87 W의 공기저항이, 시속 20 km인 경우에도 0.26 W의 공기저항이 더 발생하므로 여전히 무게로 인한 이득보다도 미세하지만 공기저항으로 인한 손해가 크다.


12. CX-ray+히든니플을 이길 수 있는 카본스포크는?

이제까지의 계산 결과들을 살펴보면 현재 쓰이고 있는 H사 방식의 카본스포크들은 에어로 성능으로 CX-ray에 히든니플을 사용한 조합을 이길 수 없다. 넙적하고 얇은 카본 블레이드가 시각적으로는 빨라보이지만 실제로는 림 쪽에 가까이에 위치한 논에어로한 카본 부분과 스포크 홀더 때문에 공기저항이 약간 더 큰 것이다.


사실 놀랍게도 이미 20년 전부터 CX-ray보다 더 빠른 카본 스포크가 존재해왔다. 림에 가까운 부분까지 카본 블레이드가 이어진 라이트웨이트의 일체형 스포크, 마빅의 구형 cosmic ultimate 스포크가 그 예시***이다. 두 종류 모두 4.5~5 mm의 폭과 1~1.2 mm의 두께인 블레이드이며, 나사산 없이 림과의 접합으로 이루어진 구조이기에 가능했다. 물론 휠 정렬이 불가능하다는 치명적인 단점과 함께.

***스포크가 에어로하다는 것이며, 림을 포함한 휠은 다른 얘기이다.

정렬은 불가능하지만 매우 에어로한 형태의 접합형 카본 스포크. 왼쪽: 마빅 CCU, 오른쪽: 라이트웨이트 마일렌슈타인

출처: https://sidelineswap.com/gear/bikes/drive-train/wheels-wheelsets/6891797-mavic-cosmic-ultimate-20-bladed-spoke-carbon-fiber-tubular-700c-front-wheel

https://cdn.road.cc/sites/default/files/styles/main_width/public/lightweight-meilenstein-carbon-clincher-disc-spokes.jpg


카본스포크이면서 니플로 정렬이 가능하며, CX-ray보다 공기역학적으로도 뒤지지 않는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위의 두 접합식 스포크와 비슷하게 스포크가 림과 만나기 직전까지 최대한 공기역학적인 형상이 이어질 필요가 있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 휠랩에서는 1년 넘게 수많은 프로토타입 스포크를 설계 및 주문제작하여 시험 중이다. 

휠랩의 슈퍼 에어로 스포크. 블레이드는 4.5 X 1.0 mm이며, 림과 닿기 직전까지도 에어로한 형상이 유지된다. 

현재 휠랩의 대표 및 임직원, 휠랩&스미스, 스미스&휠랩 팀원 및 전 팀원만이 사용중이며, 출시일은 미정.


천소산

천소산 Ph. D. Cheon, Sosan 

공학자, 사이클리스트, 휠 개발자, CEO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