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쳐 시스템과 라텍스 튜브의 가능성

  근래 디스크 브레이크 보다도 더 급진적인 변화로 느껴지는 것은 타이어 시스템의 변화이다. 불과 몇년 전 까지만 해도 튜블러와 클린쳐가 양분하던 시장에 튜블리스가 참가했다. MTB에서 완성된 기술들을 대거 채용해 시장 진입 초기와 거의 변화가 없는 디스크 브레이크 시스템과 달리 로드 튜블리스는 완전히 새로운 도전이었고 관련 규격과 설계, 뒷받침 해주는 기술들의 발전으로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했다.

  하지만 이미 완성되어 있고 튜블리스 휠셋과 여전히 높은 호환성을 가진 클린쳐 시스템에 대한 관심은 오히려 더 떨어진듯 하다. 어쩌면 튜블리스보다도 높은 가능성을 가질 수 있는 클린쳐 시스템에 대해 다뤄보며, 많은 라이더들이 레퍼런스로 활용하는 Bicycle rolling resistance(이하 BRR)과 프로투어 TT 스테이지마다 이름이 들려오는 Aerocoach의 테스트 데이터를 활용해 작성되었다.


1. BRR의 타이어 구름저항 테스트와 라텍스 튜브

https://www.bicyclerollingresistance.com/road-bike-reviews


  로드 튜블리스의 장점을 말할때 가장 먼저 언급되곤 하는게 튜브가 없으므로 더 낮은 구름저항을 구현한다는 것이다. 이런 주장은 실험조건과 이너튜브 종류에 따라 반론의 여지가 충분한 주장일 수 있다. 위 표를 보면 상위권에 클린쳐(이미지상에 TT라 표기)시스템이 나름 상위에 분포하고 있지만 튜블리스의 비율이 더 많아보인다.

  이 테스트 결과값을 제대로 바라보기 위해서는 2가지 사실을 먼저 알아야한다. 첫 번째, 클린쳐 타이어의 구름저항은 이너튜브 종류에 큰 영향을 받는다. 두 번째, BRR이 클린쳐 타이어를 테스트할때 사용하는 튜브는 컨티넨탈 레이스라는 100g짜리 평범한 부틸 튜브다. 다시 말해 현재 결과값에 있는 클린쳐 타이어들에 더 빠른 라텍스 튜브를 장착한다면 테스트 결과가 완전히 뒤집어 질 수 있다는 뜻이다.


https://www.bicyclerollingresistance.com/road-bike-reviews/continental-grand-prix-5000-latex-tube


  실제로 GP5000 클린쳐 타이어에 라텍스 튜브를 조합해 테스트한 자료를 보면 이 사실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미쉐린 라텍스 튜브를 장착해 테스트한 결과, GP5000 클린쳐는 GP5000TL과 동일한 구름저항 수치를 보이며, BRR 테스트 기준 현재 가장 빠른 타이어로 평가받는 코르사 스피드 TLR에 1.5와트 이내로 근접하는 성능을 낼 수 있다. 내구성에서 단점을 보이는 코르사 스피드 TLR과 승차감과 무게에 단점이 있는 GP5000TL 사이에서 라텍스 튜브는 완전히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다.


2. Aerocoach의 튜브, 타이어 구름저항 테스트

https://www.aero-coach.co.uk/inner-tube-rolling-resistance


  Aerocoach의 튜브 구름저항 테스트는 BRR의 결과를 뒷받침 해준다. 컨티넨탈 레이스 튜브는 라텍스 튜브와 비교했을때 필드에서 40kph 이상의 속도에서 최대 7와트 높은 구름저항을 가지며, 이는 프레임이나 휠셋에 비견될만큼 중요한 차이로 볼 수 있다. 또한 BRR의 테스트에서 만약 미쉐린이 아닌 비토리아나 브레데슈타인의 라텍스 튜브를 사용했다면 더 빠른 성능을 낼 수 있었을 것이라는 추론도 가능한다.

  아래의 타이어 테스트에서는 클린쳐 타이어 + 라텍스 튜브의 조합으로 테스트를 진행한 결과, 단 세 종류의 튜블리스 타이어만이 상위권에 랭크되며, 많은 클린쳐 타이어들이 현재 가장 널리 쓰이는 상급 튜블리스 타이어중 하나인 GP5000TL 보다 더 빠른 결과를 만들어냈다. (다만 BRR의 테스트보다 Aerocoach의 테스트에서 GP5000TL이 비토리아 코르사 스피드 TLR과 차이가 더 커보이는 이유는 두 집단의 테스트 조건이 다르기 때문이다.)


https://www.aero-coach.co.uk/time-trial-rolling-resistance-data


3. 라텍스 튜브의 안정성과 디스크 브레이크 시스템

  라텍스 튜브를 조합한 클린쳐 시스템이 지금처럼 관심 밖에 있게 된 가장 큰 원인은 안정성에 대한 물음표였다. 몇 년전, 디스크 브레이크 시스템이 본격적으로 보급되기 이전의 상황에서 부터 살펴보자. 지속적으로 저렴한 옵션의 카본 클린쳐 휠셋들이 보급되었지만 거의 모든 카본휠셋 제조사에서는 라텍스 튜브의 사용을 금지했다. 림에 직접 마찰을 일으켜 제동하는 림 브레이크의 특성과, 방열 성능이 알루미늄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카본 소재의 조합 때문에 튜브가 폭발할 수 있는 위험성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처럼 디스크 브레이크를 모든 제조사가 푸시하고 결국 메이저로 올라온 상황이 오히려 라텍스 튜브의 가능성을 활짝 열어주었다. 림 자체에 고열로 인한 스트레스가 발생할 확률이 제거되었기 때문이다. 또한 현재 대부분의 로드 튜블리스 타이어들은 TLR, 즉 실란트의 힘을 빌려 기밀성을 유지시키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는데 타이어 설치작업 난이도 자체가 매우 올라가며 능숙한 작업자가 아니라면 설치 이후에도 트러블이 나는 경우를 많이 접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설치 난이도가 쉬우며 속도까지 빠른 라텍스 클린쳐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

  한 가지, 튜블리스가 앞서는 항목은 펑크에 대한 저항능력이다. 림에 튜브가 찍혀서 발생하는 핀치플랫과 실란트의 성능한계를 넘지 않는 실펑크에 대해서는 튜블리스가 훨씬 뛰어난 대처능력을 보인다. 다만 실란트로 해결이 안되는 펑크에서는 손쉽게 튜브를 갈아끼우거나 지폐등으로 응급처치가 가능한 클린쳐가 더 좋다고 평가받는다. 이는 개인의 라이딩 성향과 펑크 빈도, 그리고 펑크 저항력에 어느 정도의 무게를 두는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문제로 보인다.


4. 마치며

  필자 개인적인 경험을 공유하자면, 펑크 저항능력이 낮은 TT용 타이어에 라텍스 튜브를 조합해 튜블리스와 같은 수준의 저압(앞 60psi, 뒤 70~75psi)으로 사용중이다. 매우 극단적인 상황을 제외한다면 펑크의 빈도가 늘어나진 않았으며 이 조합의 편의성과 성능에 만족해 앞으로도 사용할 예정이다. 어떤 타이어 시스템을 선택할지는 각자의 성향에 따라 다르겠지만 튜블리스 외에도 클린쳐 + 라텍스 튜브라는 훌륭한 조합이 존재하며 빠른 속도와 관리의 편의성을 찾는다면 아주 좋은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2021 UCI 월드챔피언십 우승자 줄리앙 알라필립의 자전거. 로발 래피드 CLX에 라텍스튜브, 터보코튼 클린쳐 조합. 스페셜라이즈드가 이러한 가능성을 보았던걸까. (https://cyclingtips.com/2021/09/gallery-alaphilippes-worlds-winning-tarmac-sl7-with-clinchers/)





  이수현 Lee Soo hyun
  마케터, 사이클리스트, 콘텐츠 크리에이터, 포토그래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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