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의 차이는 디테일에 존재한다.

  로드바이크 구매 시 가장 흔한 질문을 꼽자면 단연 '에어로 살까요, 올라운더 살까요?' 이다. 이에 대한 단골 답변으로는 [공기저항은 프레임보다 자세차이가 크니 올라운드!], [프레임 200g 차이면 화장실 한번 다녀오면 의미없으니 그냥 에어로]등이 있다. 그리고 이에 수긍하는 사람들도 꽤나 있는데 이 답변들을 곰곰히 곱씹어 보면 무언가 논리적인 허점이 존재하는 것을 알 수 있다.


1. 변수의 독립성과 연관성

  똑같이 낮은 자세를 취하고 올라운더 프레임과 에어로 프레임을 탄다면 당연히 후자가 더 빠르다. 다시 말해 에어로 프레임은 낮은 자세를 취할 수 없는 이유가 있는게 아니라면 [공기저항은 프레임보다 자세차이가 크니 올라운드!]라는 주장은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 주장이다. 다른 답변인 [프레임 200g 차이면 화장실 한번 다녀오면 의미없으니 그냥 에어로]도 마찬가지다. 더 가벼운 자전거를 탔을때 화장실에 더 가거나 덜 갈수 있는 이유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이는 말이 되지 않는 주장이다. 이 주장들에서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문제점은 서로 영향을 줄 수 없는, 독립된 변수들끼리 연관지어 비교 했다는 것이다. 100g 무거운 부품을 써서 공기저항 1W를 아낄 수 있다고 하면 둘은 독립적이지 않다. 하나를 위해 하나를 잃는 '상충되는' 요소이다. 하지만 프레임의 에어로 성능과 라이더의 자세, 200g의 경량화와 배변활동은 서로 독립적인 요소들이기 때문에 연관지어 생각하면 안된다.

  그렇다면 가장 빠른 자전거는 무엇일까? 가장 에어로하면, 또는 가벼우면 되는가? 쉽지 않은 질문이다. 만일 평균 경사도 10%이며 20분 이상 걸리는 오르막 코스를 탄다면 속력은 15kph 미만이며, 가장 가벼운 자전거가 가장 빠를 확률이 아주 높다.* 반면, 코너가 거의 없이 뻗은 약한 내리막이라면 속력이 50kph를 훌쩍 넘고, 가장 에어로한 자전거가 가장 유리하다. 우리가 보통 라이딩하는 코스는 이 사이의 어딘가에 위치해 있고, 가벼움과 에어로함의 중요도는 코스의 프로파일에 따라 정해지는 것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세계 최정상급 라이더의 경우 속력이 20kph 가 넘는 경우가 많으므로 공기저항이 어느정도 영향을 미친다.)

  만일 가장 에어로하면서도 가장 가벼운 자전거가 있다고 생각해보면 이게 실제로 가장 빠른 제품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까? 이 또한 확실치 않다. 가장 에어로하다면 프레임의 튜브 형상이 앞뒤방향으로 넙적할 것이고, 가볍다면 물질(카본+레진)이 덜 쓰여서 튜빙의 벽 두께는 아주 얇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당연히 같은 물질로 만들어진 다른 프레임들에 비해서 강성이나 강도가 약해서 라이더의 파워 발휘 및 전달에서 부족한 점이 있거나, 크랙이 발생할 확률이 급격히 높아진다. 이 경우는 에어로+경량화에 상충되는 요소가 프레임 강성과 강도인 것이다.


끝나지 않을 주제. 올라운더 vs 에어로.


2. 단일이득, 상충이득, 복수이득.

  강한 힘을 받지 않는 부분(물통케이지 고정부나 스템의 탑캡 등)의 스틸 볼트를 티타늄으로 바꿀 경우, 성능의 다른 요소에는 전혀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 경량화라는 단일한 이득을 볼 수 있다. 비록 수~수십 그램에 불과하지만 이로 인해 얻는 이득은 모든 오르막과 가속 상황에서 아주 작게나마 항상 적용된다. 이러한 것을 단일이득이라 하자.

  하나의 변수를 바꾸어 특정 요소가 좋아지고 다른 요소가 나빠진다면, 그 변화에 대해서는 득과 실을 신중히 고려해야 한다. 예를들어 가벼운 타이어로 교체하는데 그 타이어의 구름저항이 기존의 타이어보다 높은 경우를 들 수 있다. 200 g이 가볍다고 하면 오르막에서 무게에 의한 이득은 약 0.8 W(체중대비 파워 4 W/kg, 중상급 동호인 기준)이며, 저속에서도 이 정도의 차이는 타이어의 구름저항에서 충분히 발생하므로 가벼운 타이어의 구름저항 손해가 크다면 오히려 오르막에서 더 느릴 수도 있다. 이러한 것을 상충이득이라 하자. 

  하나의 변수를 바꾸어 둘 이상의 요소에서 이득을 볼 수도 있는데 이러한 변화는 가장 빠른 자전거를 위해서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다. 예를들면 같은 형상의 더 가벼운 싯포스트가 그렇다. 감량에 의해 오르막을 조금이라도 더 빨리 갈 수 있을 뿐만아니라 승차감도 좋아져서** 크고작은 요철이나 입자가 굵은 노면 등에서도 이득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것을 복수이득이라 하자. (**안전한 제품이라면 싯포스트의 강성이 낮아짐으로 인해서 페달링의 손해를 보는 경우는 없다.)


3. 이득의 누적과 속도

  하나의 변수를 바꾸어서 하나 또는 그 이상의 성능 요소 개선을 할 수 있는 “단일이득”과 “복수이득”은 자전거와 라이더, 그가 착용한 의류및 용품을 통틀어 수십 가지이다. 앞서 보았듯이 하나하나를 따로 생각하면 수 그램의 무게나 약간의 승차감 개선, 0.1 W의 공기저항 감소 등 거의 무의미해 보이는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것들이 수십 가지 쌓여서 엄청난 차이를 가져오는 것이다.

  아래 휠랩 대표의 유산소운동 로그를 보면 평균 222W의 파워에 38kph의 평균속력이며, 이는 비슷한 파워에 비슷한 코스의 평균속력이 보통 34~35 kph인 것에 비해 상당히 빠른 것이다. U바나 에어로헬멧, 60mm 이상의 하이림, 에어로물통 등은 갖추지 않고 이정도이니 실제로는 여기에서 더 빨라질 수 있는 여지가 많이 있다. 이러한 높은 평균속력이 가능한 것은 생각할 수 있는 거의 모든 부분에서 빨라질 수 있는 단일이득과 복수이득을 적용하고, 상충이득의 경우에도 득과 실을 면밀히 고려해서 적용했기 때문이다. 

왕복코스. 에어로바(유바) 없는 로드자전거이며 위아위스 WAWS-G, 케이블이 노출된 기계식 SRAM RED 22, TRP 기계식 디스크브레이크. 앞 50 mm, 뒤 56 mm의 림높이, 코르사스피드/그랑프리수퍼소닉에 라텍스튜브 사용



4. 속도의 차이는 디테일에 존재한다.

  제목으로 돌아와보자. 0.1~1 W 수준의 작은 이득은 무거운 물통이나 높은 자세 등 수 W 차이에 해당하는 외부의 독립된 변수에 비해 하찮아 보일지 모른다. 하지만 이러한 작은 이득을 수십 가지 모아 수십 와트의 차이를 만들어낼지, 의미없다 생각해 전부 허공에 날려버릴지는 라이더의 태도에 달려 있다. 가장 빠른 휠셋은 모든 변수들을 조율해서 0.1 W도 놓치지 않겠다는 자세와 이를 위한 모든 단일/복수이득의 실현, 그리고 상충이득의 정확한 분석과 절묘한 적용을 통해 비로소 만들어질 수 있다.  그것이 공학자이자 라이더로서의 태도, 휠랩이 추구하는 핵심가치이다. 


속도의 차이는 디테일에.